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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 후반부, 그 주인공은 퇴사하면서 같은 자리 모니터에 새 포스트잇을 붙이고 떠난다.
이 짧은 장면이 전달하는 메시지는 묵직하다. 사람은 바뀌어도, 그 사람을 떠나게 만든 구조는 그대로라는 것.
평균 재직기간, 회사를 판단하는 가장 솔직한 지표

취업을 준비하거나 이직을 고려할 때 우리는 많은 것을 따진다. 연봉, 복지, 위치, 성장 가능성. 그런데 놓치기 쉬운 가장 중요한 지표가 하나 있다. 바로 그 회사의 평균 재직기간이다.
높은 이직률은 열악한 근무 조건, 낮은 직무 만족도, 부적절한 보상, 경력 개발 기회 부족 등 회사 내 잠재적인 문제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반대로 말하면, 직원들이 오래 머무는 회사는 그 자체로 구성원에게 무언가를 제대로 제공하고 있다는 증거다.
일반적으로 낮은 직원 이직률은 기업 조직에 긍정적인 신호로, 높은 이직률은 부정적인 신호로 해석된다. 직원 이직률이 낮은 기업은 이직률이 높은 기업에 비해 보통 높은 평판을 유지하며, 매년 일하기 좋은 직장 순위에서 높은 순위를 차지하는 기업들이 낮은 이직률을 자랑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퇴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계속 떠나는 회사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다.
- 잡코리아(2022) 조사: 20대 직장인 퇴사 사유 1위 '적성에 맞지 않는 업무'(44.0%), 2위 '조직문화가 맞지 않아서'(32.0%). 연봉은 3위에 그쳤다. 직원들은 돈 때문이 아니라 사람과 문화 때문에 떠난다.
- 공공 부문 현황: 최근 5년간 전체 공무원 퇴직 중 신규 공무원 비율이 2019년 17.1%에서 2023년 23.7%로 지속 증가. 낮은 보수와 경직된 공직문화 간의 괴리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정성의 상징도 문화가 맞지 않으면 떠나는 시대다.
- 갤럽(Gallup) 글로벌 조사: 전 세계 근로자의 23%만이 직무에 몰입하고 있으며, 조용한 퇴사를 준비한다는 응답은 59%에 달한다. 직장에 몸은 있지만 마음은 떠난 이들이 절반을 훌쩍 넘는다.
꼰대 리더의 착각 — "요즘 젊은 애들은 끈기가 없어"
문제가 반복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람들이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직원이 계속 나가면 경영진은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우리 조직에 무슨 문제가 있는가"를 묻거나, "요즘 젊은 애들은 끈기가 없어"라고 결론 내리거나. 후자를 선택하는 조직은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 원인을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서 찾기 때문이다.
이는 심리학에서 말하는 근본 귀인 오류(Fundamental Attribution Error)와도 맞닿아 있다. 타인의 행동을 설명할 때 상황적 요인보다 개인의 성격이나 능력으로 돌리는 인지적 편향. 리더들이 이직률을 '세대의 문제'로 치부하는 것이 바로 이 오류다.
높은 이직률은 회사 입장에서 큰 부담이다. 이직이 잦아지면 업무 공백이 연이어 발생하고, 사내 분위기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해당 직원에게 업무상 필요한 투자를 한 경우라면, 비용이 고스란히 손실로 남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연구 인력의 높은 이직률은 오랜 기간 동안 축적된 지식의 상실과 국가 전체의 경쟁우위 확보에 큰 문제점을 던져준다. 사람이 나가는 건 단순히 한 명이 빠지는 게 아니다. 그 사람이 쌓아온 경험, 관계, 노하우가 통째로 증발하는 것이다.
'도망쳐' 포스트잇이 계속 붙는 이유
나쁜 조직은 대개 자정 능력이 없다. 문제를 만들어내는 사람이 그 문제를 판단하는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꼰대 임원은 자신이 꼰대인지 모른다. 수직적 문화에 익숙한 리더는 그것이 문제인지 인식하지 못한다. 그래서 사람은 계속 바뀌고, 포스트잇의 내용은 바뀌지 않는다.
직원들이 동료의 잦은 퇴사를 목격하면 불안감이 조성되어 직원들의 사기와 참여도가 떨어질 수 있다. 안정적이고 긍정적인 업무 문화는 직원 만족도와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
입사 전에 꼭 확인하라. 블라인드, 잡플래닛의 리뷰만이 아니라, 그 회사의 평균 재직기간을. 사람이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는, 그 어떤 채용 공고 문구보다 솔직하다.
전임자가 남긴 포스트잇은 허구지만, 이직률이 높은 회사가 보내는 신호는 현실이다.
그 신호를 무시하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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