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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 데이터로 뜯어보면 어떨까

태지쌤 2026. 6. 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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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더리움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
데이터로 뜯어보면 어떨까

암호화폐 시장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멘트가 있다. "이더리움은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한국에서는 오태민 교수가, 미국에서는 캐시 우드(아크인베스트)가, 그리고 한때는 피터 틸까지 비슷한 톤으로 이더리움을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들의 논리는 같은 걸까, 다른 걸까? 그리고 그 논리는 실제 데이터로 검증이 가능할까?

01 공통된 출발점: "이더리움 = 토큰화 인프라의 표준"

세 사람의 논리를 분해해보면 출발점은 거의 같다. 스테이블코인, 실물자산 토큰화(RWA), 디파이 같은 "온체인 금융"의 기반 인프라가 이더리움이라는 것. 이 부분은 실제로 데이터로 확인된다.

  • 2026년 4월 기준 실물자산 토큰화(RWA) 시장에서 이더리움은 전체 가치의 56~65%를 차지하고 있고, 1년 전 대비 300% 이상 성장했다.
  • 블랙록의 BUIDL 같은 기관용 토큰화 펀드도 대부분 이더리움 위에서 운영된다.

💡 즉 "이더리움이 토큰화 인프라의 중심"이라는 전제 자체는 narrative(서사)가 아니라 점유율 데이터로 뒷받침되는 부분이다.

02 그런데 스테이블코인 쪽은 조금 다르다

토큰화 자산에서는 이더리움이 확고한 1위지만, 스테이블코인 쪽으로 가면 그림이 좀 더 복잡해진다.

  • 2026년 4월 기준 전체 스테이블코인 공급(약 3,210억 달러) 중 이더리움이 약 60%를 차지하지만, 트론이 2위로 약 870억 달러(USDT 비중 97%)를 기록하고 있다.
  • 거래 건수 기준으로 보면 솔라나가 전체 스테이블코인 전송의 약 35%를 처리하며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는 중이다.

"보유량(stock)" 기준으로는 이더리움이 여전히 우세하지만, "결제·거래(flow)" 기준에서는 트론과 솔라나가 점유율을 가져가는 다중체인화가 진행되고 있다. "이더리움이 스테이블코인의 표준이 될 것"이라는 표현은, 적어도 거래 흐름 면에서는 점점 더 검증하기 까다로운 명제가 되고 있다.

가장 약한 고리: "인프라 우위 → 토큰 가격 상승"

여기서부터가 진짜 핵심이다. "이더리움이 인프라의 중심"이라는 전제가 맞다고 해도, 그게 곧바로 "ETH 토큰 가격이 오른다"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없다. 이른바 fat protocol(인프라가 가치를 흡수한다) 대 thin protocol(인프라 위의 활동이 토큰 가치로 직결되지 않는다) 논쟁의 핵심이 바로 이 지점이다.

실제 ETH의 토큰 이코노믹스 데이터를 보면 이 연결고리의 균열이 명확히 보인다.

  1. 머지(Merge) 이후 ETH 공급량은 줄어들기는커녕 약 95만 개가 순증가했고, 현재 연간 약 0.23%의 완만한 인플레이션 상태다.
  2. "울트라사운드 머니" 테제(소각량이 발행량을 초과해 디플레이션이 되는 것)는 메인넷 평균 가스비가 약 16gwei를 넘어야 작동하는데, 2024년 덴쿤 업그레이드로 L2 트랜잭션 데이터가 체인 밖으로 이동하면서 소각량이 크게 줄었다.
  3. 2025년 12월 푸사카 업그레이드(EIP-7918)가 블롭 수수료에 최저선을 도입해 이 문제를 일부 보완하려 하지만, "2026년까지 블롭 수수료가 전체 소각량의 30~5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은 아직 실현되지 않은 추정치다.

다시 말해, 토큰화·스테이블코인 활동이 늘어나는 것과 ETH라는 토큰의 공급이 줄어들고 가치가 축적되는 것 사이의 연결고리는 현재로서는 약하거나 끊어져 있다. 활동이 늘어도 그게 주로 L2에서 일어난다면, 메인넷 가스비와 소각량에는 제한적인 영향만 미친다.

03 캐시 우드의 논리: 같은 결론, 다른 경로

아크인베스트의 'Big Ideas 2026' 리포트도 출발점은 같다. 토큰화 자산이 2025년 약 190억 달러에서 2030년 11조 달러까지 성장할 수 있고, 현재 이더리움 위 온체인 자산은 4,000억 달러를 넘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다만 접근 방식은 다르다. 오태민의 논리가 "미국이 중간선거 때문에 저금리가 필요하고, 그래서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밀어주고, 그 인프라가 이더리움"이라는 정치·매크로 서사 중심이라면, 아크인베스트는 AI, 전기차, 유전체학 등 모든 혁신 테마에 적용하는 동일한 프레임 — 시장 규모와 채택 곡선을 추정해 연평균 성장률을 산출하고 가격 목표를 역산하는 방식이다. 또한 아크는 PoS 전환 이후 ETH 보유자가 직접 받는 스테이킹 수익률을 가치 포착의 근거로 제시하는데, 이건 소각 메커니즘보다 더 직접적인 캐시플로우형 논리이긴 하다.

* 흥미로운 건, 아크는 전체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비트코인이 약 70%를 차지할 것으로 보고 있고, 스테이블코인 성장 때문에 비트코인의 2030년 목표가를 150만 달러에서 120만 달러로 하향 조정했다는 점이다. 오태민도 "2026년은 이더리움이 비트코인을 제치고 주도할 것"이라고 했지만, 그 근거는 비트코인의 4년 주기설(고래 매도)이라는 비트코인 고유의 사이클론이다. 같은 결론에 도달해도 그 경로는 서로 다르다.

04 피터 틸의 사례: 전제가 맞아도 가격은 따라오지 않는다

이 모든 논의에서 가장 시사점이 큰 건 피터 틸의 사례다. 전통적으로 비트코인을 선호하고 이더리움에는 회의적이었던 틸은 2025년 8월, 파운더스펀드를 통해 ETH 트레저리 기업 ETHZilla에 7.5% 지분을 확보했다. 당시 이건 "이더리움이 월스트리트의 기반 레이어가 되고 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졌고, 논거 역시 RWA 토큰화 점유율(이더리움이 절반 이상)과 스테이킹을 통한 수익 창출 능력이었다. 지금까지 살펴본 논리들과 거의 동일하다.

그런데 2025년 4분기 ETH가 약 28% 하락(2022년 이후 첫 마이너스 4분기)하고, 2026년 1~2월에도 추가로 35% 넘게 빠지면서 피크 대비 약 60% 하락하자, 틸은 2025년 말 기준 ETHZilla 지분을 완전히 청산했다. 같은 기간 ETHZilla 주가는 피크 대비 약 97~98% 폭락했다.

📌 여기서 중요한 건, 틸이 진입했을 때나 청산했을 때나 "이더리움이 RWA 토큰화의 1위 인프라"라는 전제 자체는 변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즉 인프라 우위라는 전제가 틀려서 손실이 난 게 아니라, 그 전제가 토큰 가격으로 전환되는 시점과 메커니즘이 예상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 요약 및 결론

세 명의 논리를 데이터로 분해해보면 다음과 같은 그림이 나온다. 전제 — "이더리움이 토큰화/RWA 인프라의 중심" — 은 데이터로 비교적 잘 검증된다. 스테이블코인 쪽 인프라 지배력은 여전히 우위지만 다중체인화로 점유율이 서서히 분산되고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인프라 우위 → 토큰 가격 상승"이라는 연결고리는 현재의 ETH 토큰 이코노믹스(완만한 인플레이션, 가스비-소각 연결 약화) 데이터로는 자동으로 보장되지 않으며, 이 구간에서 실제로 가격이 크게 엇나갈 수 있다는 걸 피터 틸의 사례가 보여준다.

결국 "이더리움이 중요한 인프라가 된다"는 말"그래서 ETH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는 말은 서로 다른 수준의 주장이라는 걸 구분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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