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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 위에서 배운 것: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출퇴근길 리체스(Lichess)에서 만난 전 세계 사람들, 그리고 그들에게서 발견한 인간의 태도에 대하여

출퇴근길, 나는 리체스(Lichess)를 켠다.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흔들리면서도, 버스 창밖 풍경을 등진 채로도 전 세계 어딘가의 누군가와 체스 한 판을 둔다. 짧게는 몇 분, 길게는 10분 남짓. 그 짧은 시간 안에 꽤 많은 것을 보게 된다. 체스 말의 움직임이 아니라, 사람의 태도를.
퀸을 잃으면 게임이 끝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체스에서 퀸은 가장 강력한 기물이다. 룩, 비숍, 나이트보다 훨씬 강하다. 그러니 퀸을 잃으면 불리해지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신기한 건, 많은 사람들이 퀸 하나를 잃는 순간 곧바로 기권해버린다는 것이다. 게임이 완전히 끝나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끝을 선언해버린다.
나도 먼저 기물을 잃을 때가 있다. 불리한 상황이 되면 솔직히 한숨이 나온다. '이거 역전 못 하겠는데'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웬만해서는 기권하지 않는다.
포기하지 않았을 때 일어나는 일들
끝까지 버티다 보면 몇 가지 일이 생긴다.

물론 반대도 있다. 내가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을 때 방심하다가 스테일메이트를 내주기도 한다. 우세한 상황이 승리를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 끝까지 집중해야 한다는 것. 체스는 그것도 가르쳐준다.

인생도 결국 비슷하다
체스판을 보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이 체스에서 쉽게 기권하듯, 인생에서도 생각보다 훨씬 쉽게 포기한다는 것.
조금 불리해지면, 조금 늦어지면, 조금 손해 보면, 그냥 포기해버린다. '난 원래 안 돼', '이미 늦었어', '저 사람한테는 못 이겨'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그런데 그 판단이 정말 맞는 걸까? 아직 게임은 끝나지 않았는데.
나는 특출난 사람이 아니다. 체스 실력도 그냥 평범한 아마추어다. 그러나 웬만해서는 기권하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로, 분명히 이겼어야 할 상대를 이기는 경우가 생긴다.
인생도 마찬가지 아닐까. 능력이 뛰어나면 물론 좋다. 그러나 평범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인내심이 있다면, 버티는 힘이 있다면, 크게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결코 나쁘지 않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중간은 간다. 그리고 때로는 상대가 먼저 무너지기도 한다.
포기하지 않는 것. 단순하지만 가장 오래, 가장 멀리 데려다주는 전략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오늘도 출근길 지하철 안에서, 나는 체스판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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