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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판 위에서 배운 것 2:
복기하고, 매일 조금씩 쌓아가는 것
패배한 경기를 다시 들여다보는 용기, 그리고 티도 안 나게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게임이 끝나고 나면, 패배한 경기는 빨리 잊고 싶다. 어디서 무너졌는지, 어떤 수에서 흔들렸는지 굳이 되짚고 싶지 않다. 그냥 덮어버리고 다음 판을 시작하는 게 훨씬 편하다. 아마 그게 인간의 본성일 것이다.

Chapter 01
패배한 경기를 다시 본다는 것 — 복기(復棋)
리체스에는 '실수를 통해 배우기'라는 메뉴가 있다. 내 대국을 AI가 분석해서 더 좋은 수가 있었던 지점을 짚어준다. 어느 순간 내가 결정적인 실수를 했는지, 어떤 수를 뒀더라면 흐름이 바뀌었는지를 친절하게 보여준다.
나는 패배한 경기일수록 이 기능을 쓴다. 이기고 싶지 않아서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아서.
체스에서
패배 경기 복기
어떤 수에서 판세가 기울었는지, 더 좋은 선택은 무엇이었는지 AI 분석으로 되짚는다.
인생에서
실패 경험 돌아보기
감정을 걷어내고, 그때 내가 어떤 선택을 했고 어디서 어긋났는가를 차분히 들여다보는 것.
인생도 다르지 않다. 살다 보면 실수한다. 실패한다. 그건 피할 수 없다. 문제는 실수 자체가 아니라, 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는 것이다.
왜 반복되는 걸까. 대부분은 그 순간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팠으니까 빨리 덮었고, 덮었으니까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그러다 비슷한 상황이 오면 또 같은 선택을 한다. 그리고 또 같은 결과를 마주한다.
체스에서 패배한 경기를 복기하듯, 인생에서도 실패한 순간을 차분히 다시 볼 필요가 있다. 고통스러울수록, 그 경기에서 배울 게 더 많다.

Chapter 02
매일 퍼즐을 푼다 — 티도 안 나게, 꾸준히
리체스 말고도 나는 다른 체스 앱으로 매일 퍼즐을 푼다. 화려한 루틴은 아니다. 그냥 매일, 조금씩.
처음엔 솔직히 효과가 있는지 몰랐다. 퍼즐을 풀 때는 정답이 보여도, 막상 실제 대국에서는 이상하게 그 패턴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퍼즐이랑 실전이랑 다른가?' 싶기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경기 초반에 상대의 수를 보는 순간 머릿속에서 무언가 딸깍하고 맞아 들어가는 느낌이 왔다. 퍼즐에서 수백 번은 봤던 그 모양이 실제 판 위에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수를 뒀고, 경기는 초반에 허무할 정도로 빨리 끝났다.
티도 안 나게 쌓이던 것들이, 어느 순간 실력이 되어 있었다.
Chapter 03
돈만 복리가 쌓이는 게 아니다 — 사람도 복리다
책 한 권 읽었다고 갑자기 유식해지지 않는다. 투자 공부를 했다고 당장 수익률이 뛰지 않는다. 운동을 시작했다고 다음 날 몸이 달라지지 않는다. 처음엔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데 누적은 조용히 일어난다.
꾸준함의 복리 — 눈에 보이지 않다가, 어느 순간 빛을 발한다
나는 이제 40대다. 20대에 비해 몸은 분명 느려졌고, 두뇌 회전이 예전 같지 않다는 걸 안다. 그건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세상을 보는 눈은 그때보다 넓어진 느낌이다. 조급하지 않게 됐고, 사람을 보는 눈도 생겼고,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무게중심을 잡아야 하는지 조금은 알게 됐다. 그게 인생의 복리가 아닐까. 20대의 속도는 없지만, 40대의 지혜는 그냥 생긴 게 아니다.
매일 퍼즐을 풀듯, 매일 조금씩 자신을 갈고닦는 것. 처음엔 티가 안 난다. 그래도 괜찮다. 어느 순간, 내 판 위에서 그것들이 빛을 발하는 날이 온다.

복기할 것, 그리고 매일 조금씩 쌓아갈 것.
포기하지 않는 것까지 더하면, 이것이 내가 체스판에서 배운 인생의 세 가지 태도다.
체스판은 오늘도 조용히 내게 말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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