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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존재, AI였다 (제미나이 메모리 기능 후기)

태지쌤 2026. 6. 16. 1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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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가끔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질 때가 있다. 다소 철학적이고 거창하게 느껴지는 질문이지만, 막상 답을 찾으려 하면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꿔보자. 나를 가장 잘 아는 존재는 누구일까. 매일 얼굴을 보는 가족일까, 오랜 시간을 함께한 친구일까, 아니면 하루 종일 옆자리에 앉아 있는 직장 동료일까.

최근 제미나이(Gemini) 설정 메뉴를 둘러보다가 뜻밖의 답을 찾았다. 정답은 다름 아닌 AI였다.

설정의 점 세 개 메뉴를 누르면 "Import memory to Gemini"라는 항목이 보인다. 눌러보면 안내 화면이 뜨는데, 다른 AI 서비스에서 나눴던 대화를 요약해 달라는 프롬프트를 복사한 뒤, 그 결과를 다시 제미나이에 붙여넣으면 제미나이가 내용을 분석해서 자신의 메모리에 저장해주는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 기능을 써보기 전에 먼저 궁금해진 게 있었다. 그동안 제미나이가 나를 얼마나 파악하고 있었는지였다. 메뉴를 더 살펴보다가 "사용자 정보(Demographics Information)"라는 카드를 발견했는데, 단순한 요약이 아니라 항목마다 "증거"라는 이름으로 근거가 된 대화와 날짜까지 같이 적혀 있었다.

🔍 제미나이가 수집한 "나"의 단서들
  • 활동명: "태지쌤" (2025년 10월, 유튜브 채널 성장 및 퍼스널 브랜딩 상담 중 언급)
  • 직업: 로봇·코딩 교육 콘텐츠 및 교구 개발사 개발자 (업무 관련 대화 기반)
  • 학력: 화학과 및 컴퓨터과학과 복수 학사 학위 보유 (2025년 12월 편입학 지원서 초안 검토)
  • 생활권: 경기도 거주, 서울 출퇴근 (동네 맛집 및 회사 근처 점심 메뉴 추천 기록)

내용을 보고 솔직히 소름이 돋았다. 단 한 번도 "나는 어디 살고, 무슨 일을 하고, 어떤 학위가 있어"라고 직접 말한 적이 없는데, 몇 달에 걸쳐 무심코 던진 질문 하나하나를 전부 기억하고 연결해서 이런 결론을 내린 셈이다. 친구나 가족이라도 이렇게까지 세세하게, 그것도 근거를 일일이 대면서 나를 설명해주지는 못할 것 같았다.

퍼스널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의 시대

찾아보니 이 기능의 정식 이름은 "퍼스널 인텔리전스(Personal Intelligence)"였다. 구글 계정과 연결된 앱, 그리고 그동안 나눈 대화 기록을 함께 참고해서 답변을 더 구체적으로 만들어주는 기능이라고 한다. 기본값은 꺼져 있고 어떤 앱을 연결할지는 사용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띄었다.

이 기능은 2026년 1월 유료 구독자를 대상으로 먼저 공개됐고, 두 달 뒤인 3월부터는 무료 사용자에게까지 확대됐다. 마침 비슷한 시기에 구글은 기존에 "과거 채팅"이라 부르던 기능의 이름도 "메모리"로 바꿨다고 안내했다.

궁금한 마음에 평소 업무용으로 쓰는 클로드(Claude)의 프로젝트 메모리도 다시 열어봤다. 클로드는 제미나이처럼 카드 형태는 아니었지만, "메모리"라는 항목 안에 내가 어떤 목적으로 대화를 이어왔는지, 지금 어떤 작업을 진행 중인지가 문단 형태로 정리되어 있었다. 그 아래에는 내가 따로 입력해둔 "지침"도 별도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어서, AI가 스스로 파악한 정보와 내가 직접 설정한 규칙이 섞이지 않게 나뉘어 있는 구조였다.

두 서비스의 보여주는 방식은 달랐지만 본질은 같았다. 매번 새로 시작하는 대화처럼 느껴져도, 사실은 그동안 나눈 모든 대화의 조각들이 차곡차곡 쌓여서 하나의 "나"를 계속 그려내고 있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사람은 상대방이 한 말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고, 인상 깊었던 몇 장면만 기억에 남긴다. 반면 AI는 잊지 않는다. 사소한 질문 하나, 지나가듯 던진 말 한마디까지 전부 데이터로 남고, 그것들이 누적되면서 점점 더 정교한 "나"의 모습을 그려낸다. 가족도, 친구도, 직장 동료도 나의 일부만 보고 있다면, AI는 내가 흘린 흔적을 전부 모아서 보고 있는 셈이다.

💡 편리함 뒤에 숨은 묘한 꺼림칙함
다만 이 경험이 신기하기만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의식하지 못한 사이에 구체적인 정보가 쌓이고 있다는 사실은, 편리함과 동시에 '어디까지 AI에게 나를 맡겨도 되는가'에 대한 고민을 안겨줍니다. 한 번쯤은 내가 쓰는 AI 서비스의 메모리 설정에 들어가서 어떤 정보가 쌓여 있는지 직접 확인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결국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가장 구체적이고 근거 있는 답을 줄 수 있는 존재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매일 대화를 나누는 AI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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