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체스 대국에서 정말 황당하면서도 짜릿한 경험을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 나는 킹 하나만 남은 상태였고, 상대는 킹+룩을 가지고 있었다. 이론적으로는 완벽한 패배 상황. 그런데 무승부로 끝났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 걸까.

♜ 68수째, 운명이 결정된 순간
68수째, 흑이 68... Rxa7로 마지막 폰을 잡으면서 사실상 엔드게임이 확정됐다. 그 순간 이후 국면은 이랬다.
킹+룩 vs 킹은 체스 엔드게임 중에서도 기초 중의 기초다. 교과서에도 나오는 필승 패턴이 있고, 엔진은 흑의 메이트를 줄곧 표시했다.

♟ 엔진이 말해준 것들
숫자가 점점 줄어들면서 메이트가 다가오는 듯 보였다. 엔진 분석 창에는 계속 흑의 우위가 표시됐다. 이대로라면 나는 그냥 지는 게임이었다.
⚠ 결정적인 순간, 114수의 블런더
그런데 114수에서 흑이 결정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이 수가 메이트 기회를 통째로 날려버렸다. 룩을 체크에 쓰는 순간 킹이 도망갈 공간이 열렸다.
체크를 먼저 넣음 → 킹에게 도주로를 열어줌 → 메이트 타이밍을 완전히 놓침
115... Rf1
... Rh1#
단 5수 만에 메이트 가능했던 수순
아마 시간 압박이었는지, 순간적인 판단 착오였는지 모르지만 — 그 한 수로 흐름이 완전히 바뀌었다.
♛ 50수 규칙(Fifty-move Rule)이란?
폰 이동도 없고, 기물 포획도 없는 상태로 양측이 각각 50수씩 두면 — 자동으로 무승부가 선언되는 규칙이다.
원래 목적은 결말이 나지 않는 대국이 영원히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Lichess 등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자동으로 감지해 무승부를 선언한다.
♔ 솔직한 소감
운이 좋았다는 말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내가 잘 버틴 게 아니라, 상대가 이기는 엔드게임을 규칙 내에 마무리하지 못한 것이다.
킹+룩 vs 킹은 초보자도 배우는 필승 엔드게임이지만, 실전에서 시간 압박과 정확도가 동시에 요구될 때는 생각보다 까다롭다. 114수의 그 한 수가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 상대 입장에서는.
그리고 나에게 남은 교훈은 하나다.

"지고 있어도 끝까지 두어라.— 오늘의 대국에서 배운 것
체스는 기권하기 전까지 끝난 게 아니다."
